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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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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향기 품은 군사우편 행주치마 씻은 손에 받은 님 소식은 능선의 향기 품고 그대의 향기 품어 군사우편 적혀 있는 전선 편지에 전해주는 배달부가 싸립문도 못가서 북받치는 기쁨에 나는 울었소 '갑작스런 변화는 영혼을 잃는 것과 같다' 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한다. 일제 잔재 청산? 언제부터 '우체부'가 '집배원'이 되었는지, '국민학교'가 하루아침에 '초등학교'가 된 것처럼 왠지 생소하면서 어딘가 어색하다. 군사우편 도장 찍힌 전선편지의 애절함이 어떠했으면 향기 품었다 했을꼬. 어릴 적 귀에 익은 이 노래로 말미암아 우편배달부 우체부가 지금껏 친근하다. 우리 마을 우체부는 오늘도 바짓가랑이 요롱소리 나도록 바쁘다. 우체부는 흔적을 남긴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자질구레한 생활용품 택배가 현관문에 놓여있다. 이런 저..
감동한다는 것 보름전 쯤, 울산과 부산 사는 친구와 60년 세월을 건너뛰어 전화 통화를 했었다. 어젠 이 친구들이 전화번호를 주어 권용행 군과 목소리로 안부를 나누었다. 권 군은 가업을 이어받고 옛날 그 집에서 고향을 지키고 있었다. 오랜 친구... 죽마고우란 이럴 때 쓰는 말일가. 다들 60년도 훌쩍 넘었다. 전화로 어릴 적 추억을 풀어 낼 수는 없었다. 통화를 한 뒤 그 감흥을 되새기며 곧장 보내온 카톡에서 이 친구는 전화로 '전화통화를 축복'이라고 했다.
폐교된 국민학교 교정의 <이승복 어린이 동상> 지나다 우연히 들어가본 국민학교. 언제 폐교되었는지 알 수 없다.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세 개의 동상이 있었다. 이승복, 유관순, 안중근(?). 월색 고요한 황성의 옛터는 구슬픈 가락으로 남았고 초연이 휩쓸고 간 전쟁터엔 이름 없는 비목이 홀로,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
귀촌일기- 즐거운 고민...담쟁이 넝쿨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 눈 깜짝 할 사이, 길가 쪽 집 벽체에 담쟁이 넝쿨이 기어올랐다. 대단하게 번져나갈 기세다. 황토를 찍어 만든 벽돌로 지은 흙벽돌집이라 담쟁이가 그다지 이로울 것 같지않다. 평소 나는 담쟁이 넝쿨이 우거진 오래된 집들을 보면 고풍스럽고 안정감이 있어보여 좋..
귀촌일기- 단기4288년 9월 24일 나의 일기 단기 4288년은 서기1955년이다. 내가 국민학교 2학년으로 여덟살 때다. 일기장 표지에 'No 2'가 쓰여있는 걸로 보아 두 번째 일기장인듯 한데 첫 일기장은 남아있지않아 아쉽다. 64년 전, 1955년 9월 24일, '일가 친척들과 산소에 성묘를 갔다가 돌아올 때는 아저씨 자전차에 실려왔다'는 이야기. ..
귀촌일기- 뒤주 안에 일기장 55 년 전 일기장 표지. 중학교 3학년 때다. 스스로 그림을 그려 장정을 한 유일한 일기장인데 꽁꽁 뒤주 속에 있었다. '비밀이 없는 건 재산이 없는 거와 같이 허전한 일'이라고 누구신가 하신 말씀을 공감하기에 비밀을 차곡차곡 쌓아둔 재산 제1호 일기장을 누군가 슬쩍 곁눈질 할 가 두렵..
귀촌일기- 투표장은 국민학교 폐교 교실이었다 '교장선생님께 경례' 교장 선생님의 말씀을 듣던 조회대는 남아있는데 그 학생들은 지금 어디에들 있나. 반공 이승복 어린이 동상 유관순 누나 동상 효자 정재수 어린이 동상 '협동'과 나란히 놓여있는 이 돌조각 그림은 동심의 눈으로 돌아가 아무리 보아도 무슨 뜻인지 지금 나는 알 수..
일기란 무엇인가- 2014년 5월 11일 수박,참외 심다 귀촌일기- '부질없는 짓이다' 딴마음을 먹을 때도 있다. 예닐곱해 지금까지 펼쳐놓은 일기장을 하루아침에 닫기도, 그저그렇게 해 온 거라 딱히 그만 두기도 애매하다는게 변명아닌 변명이다. 일기란 본래 내밀한 것이어서 공개하기도 어렵거니와 공개할 성질도 아니다. 지금으로 치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