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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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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직박구리 여름 내내 보이지 않던 직박구리가 출현하면 슬슬 때가 된 거다. 감나무 홍시가 목표다. 직박구리는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감나무 가지마다 홍시가 익는 족족 초토화 시킨다. 그러나 대봉이 빨간 홍시가 되기에는 아직이다. 아침 나절에 직박구리 두 마리가 정탐이나 하듯 나타나 구아바 나무를 헤집고 다녀갔다. 아니나 다를까 잘 익은 빨강 구아바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새콤 달콤한 구아바 맛을 멀리서 어찌 알고 날아들까. 날짐승들의 영악함... 초능력 자연의 신비함에 대하여.
가을, 익어가는 것들 대문 간 옆에 배나무. 얼마나 익었을까? 드나들 때마다 들여다 본다. 초여름에 씌운 봉지 속에 배가 영글어 간다. 언제쯤 에나 딸까?
귀촌 아무나 하나? 본채와 서재 사이에 너댓 평 짜리 짜투리 밭. 축대 아래 큰 밭으로 멀리 내려가지 않아도 상추, 쑥갓, 대파, 깻잎... 채마 몇 가지는 심어 먹을 수 있어 쓰임새가 있다. 가생이엔 부추밭이다. 일 년에 몇 번이고 잘라주면 새 부추가 돋아난다. 예년에 없던 긴 장마통에 속수무책으로 팽개쳐 놓았더니 온갖 잡초가 제세상인양 쾌재를 부르는 형국이다. 처서를 지나자 아침 저녁으로 이는 찬바람에 비로소 일 할 맛이 난다. 예취기로 잡초를 깔끔하게 잘라내고 부추밭에 퇴비를 부었다. 부추가 자라면 올해 마지막 부추가 될 것이다. 퇴비를 날라오는 길목에 구아바를 무심히 지나칠 수 없어 비대기를 앞두고 영글어 가는 구아바에도 덤뿍 퇴비 거름을...
구아바 꽃 斷想 갑갑하게도 화분 신세를 면치 못하는 구아바가 늘 마음에 걸린다. 우리집에서 화분에 재배하는 유일한 과수나무다. 아열대가 고향이라 삼동에는 실내에서 월동을 한다. 큰 덩치의 화분 두 개를 옮길 때마다 화분 무게에 부대낀다. 해마다 가을이면 잔인할 정도로 전정을 야무지게 한다. 그럴수록 반항이라도 하듯, 봄이 되면 줄기가 죽죽 뻗으며 잘 자란다. 최근 몇 해 분갈이를 해주지 못했다. 화분에 뿌리가 꽉 차서 도무지 뽑아낼 수가 없어 포기했던 것. 대신 올해는 밑거름을 다양하게 듬뿍해주었다. 그 성의를 알았는지 꽃봉오리가 튼실하고 꽃 모양새가 굵다. 노랑 구아바보다 빨강 구아바가 먼저 꽃을 피웠다. 실은, 구아바꽃 냄새는 향기롭지가 않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구아바, 대추나무...꽃봉오리가 닮았다 구아바 대추나무 구아바는 화분에서 자란다. 중남미가 원산지라 추위에 약하다. 실내서 월동하고 달포 전에 마당으로 나왔다. 대추나무는 아랫밭 밭둑에 있다. 둘 다 좋은 봄날 다 지나고 한여름의 문턱에 꽃이 핀다. 왠지 꽃봉오리 모양새도 닮았다. 대추나무는 며칠 전 단오날 시집을 보냈는데 벌써 꽃봉오리가 달렸다. 가장 늦게 꽃이 피어 가장 빨리 익는 열매가 대추다. 게다가 많이 열리는 과실수의 대명사가 대추.
월동 구아바의 봄맞이 구아바는 중남미 아열대가 고향이라 추위에 얼어 죽는다. 주렁주렁 구아바가 열릴 땐 좋으나 월동으로 실내로 옮길 땐 이런 애물단지가 없다. 화분이 무거워 애를 먹는다. 부부 합작으로 오늘 드디어 바깥으로 나왔다.
화분 무게, 세월 무게 마당에 있던 구아바 화분을 마침내 실내로 옮겼다. 화분 무게가 보통이 아니다. 본시 아열대 식물이라 봄이면 마당에 내놓고 겨울이면 현관 안에 들여놔 월동을 시키는 일이 갈수록 성가시다. 읍내 중국집에 갔더니 입구에 송구영신 눈사람 장식이 있었다. 세모 기분이 났다. 옳커니! 구아바를 성탄절 트리로 한번 만들어 볼까? 찾아보면 집 어딘가에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품이 있을 것이다.
빨강구아바, 노랑구아바 마당에 구아바 화분 두 개. 빨강 구아바나무에는 빨강 구아바가 열리고 노랑 구아바나무는 노랑구아바가 달렸다. 여름날 구아바 꽃이 피고 가을에 익을 때까지 알 수 없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콩은 콩이요, 팥은 팥이다. 근본은 어딜 가는 게 아니다. 빨강구아바 이파리가 초록빛이 쬐끔 더 짙다. 둘을 함께 놓고 자세히 봐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