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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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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따는 부부 우리집 바로 뒤는 버갯속영감님 댁 고추밭이다. 개펄 바다에 당섬을 지나 구도항이 보인다. 두어 물 째 고추를 따고 있다. 풍성하다. 유달리 오랜 장마에 올해 고춧금이 좋은 지 어떤 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귀찮게 해서는 안되겠기에 참았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
가로림만, 도내나루 앞 바다가 얼었다 바다는 좀체로 잘 얼지않는다. 그런 바다가 얼었다. 보름째 한파다. 북극 한파라고들 한다. 흔히 애교로 불렀던 동장군과 다르다. 가로림만 남쪽 끝. 호수같은 바다. 10여 년 만에 얼었다. 서너 달만에 도내나루에 갔다. 하루에 두 번 조수 간만에 쓸려나갔다가 밀려온 얼음 조각들이 개펄에 질펀하다. 삭막하긴해도 겨울다운 그림이다. 쌍섬의 '해태 바위', 구도항 쪽 언덕에 '카크 다글라스 바위'. 내가 이름을 붙인 도내나루터 지킴이들이다. 볼 때마다 든든하다.
89세 할머니가 겨울 냉이를 캐는 사연? "허두 갑갑혀서 나왔쓔. 집에 있어야 뭘 혀." 묻지도 않았는데 옥향 할머니는 나를 보더니 대뜸 말했다. 우리집 뒤 구도항 바닷가쪽 언덕바지 버갯속영감님네 고구마 심었던 밭에서 열심히 냉이를 캤다. 겨울 냉이 뿌리에서 나는 향이 그저그만이다. 지난 첫 추위가 길었다. 오늘따라 확 풀렸다. 다음 주에 소한 대한에 맞추어 강한 한파가 닥친다는 일기예보. 그러나 마음이 봄이면 봄. 89세 청춘의 봄은 겨울이 갑갑하다.
귀촌일기- 감태의 계절이 아쉽다네요...감태김치 근래 귀촌일기에서 감태이야기를 자주하는 이유는 올겨울따라 날씨가 따뜻했음인지 감태가 근년에 드문 풍작 때문이다. 게다가 사이사이에 눈발이 날려주어 감태의 맛조차 풍미를 더해 올해 감태는 양과 질에서 최고다. 집 뒤로 보이는 구도항. 사이에 당섬 그리고 창갯골. 개펄이 온통 ..
귀촌일기- 아낙네 허리가 꼬부라지는 까닭은? 엊그제 내린 눈. 새파란 감태를 멀리서 두고 보노라니 너무 아까워 몰래 긁어왔다. 허리 아픈데 바다에 또 나갔다며 아들이나 남편에게서 매번 혼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두 아낙네의 대화. 눈이 온 뒤에 감태가 달다. 달다는 말은 맛있다는 뜻이다. 도내나루 앞 바다를 가로지르는 개펄..
귀촌일기- 로컬 푸드? 로컬 푸드니 스로우 푸드니 하면서 한동안 대단하게 요란하더니 요즘 들어 수꿈해졌다. 내가 아는 로컬 푸드란, 농산물의 생산자가 소비자까지 하룻동안 걸어서 전달할 수 있는 거리 즉, 반경 50km 이내에서 재배된 식재료를 말한다. 식품의 신선도가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 이른 아침..
귀촌일기- 눈이라도 펑펑 내렸으면... 달이 새벽하늘에 있다. 해가 뜬다. 구도항이 밝아온다. 물빛이 맑다. 싸락눈 한두 번이 고작이다. 이러다 겨울이 다갈 것 같다. 작년에는 몇십 년만의 엄동설한이었다. 까치발을 구르고 종종걸음을 쳤다. 올겨울은 무미건조하다. 오늘이 1월의 마지막. 함박눈이라도 펑펑. 제대로 내렸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