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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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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캤다! 하지감자 하지감자라 하지부터 캐기 시작한 감자를 3주 만에 다 캤다. 날은 더워지고 이걸 언제 다 캐나 생각했는데 매일 끈질지게 캤다. 캐는 족족 차에 실어 인근 우체국 택배로 보낼 곳에 보냈다. 오늘 마지막 다섯 상자로 지금까지 모두 23 상자째다. 남아있는 다섯 상자의 분량이 곳간에 저장해두고서 먹을 감자다. 대장쟁이 집 부엌에 쓸 칼이 없다는 속담이 있다만, 더러 상채기가 나고 자잘하긴 해도 아무 탈 없다. 올해 감자농사 결산서... 내마음에 풍년이다. 프로 농삿꾼들에겐 별게 아니지만 귀촌 10여 년에 28 상자의 생산은 처음 있는 일. 2월 말에 수미 씨감자 20 키로 한 박스를 심어 넉 달만에 280 키로를 생산한 셈이다. 이런 맛으로 농사를 짓는다.
감자밭이 달라졌다 유월이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온다. 봄장마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이러다 여름 장마와 겹치게 아닌가 하면서 푸념을 한다. 밭농사하는 농삿꾼은 가뭄보다 장마에 애를 먹는다. 요즘 한창 마늘을 캐야하는데 질척거려서 못캐고 고구마 심어야 하는데 고구마 순이 웃자라도 기계장비가 들어갈 수 없어 미뤄야 한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듯 농사도 때가 있는 법. 우리집 감자밭도 잡초가 무성하다. 쉬엄쉬엄 뽑아주어도 금방 다시 돌아보면 저만치 또 자라나 있다. 잦은 비 때문이다. 오늘은 예초기까지 동원하여 대대적 잡초 소탕전(?)을 벌렸다. 밭둑 가장자리에 칡덩쿨과 한삼덩쿨이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감자밭으로 쳐들어오고 있다. 초장에 제압을 하지 않으면 여름내내 애를 먹는다. 감자밭에 이런저런 잡초를 일일이 손으로 뽑아내다..
감자농사의 맛 씨감자 한 상자를 심어 30 상자를 생산한다고 하나 이건 프로 전문 농부의 영역. 올해 20 키로 수미종 씨감자 한 상자를 심었는데 달포가 지났다. 한창 자랄 때다. 하지 무렵에 캔다. 두어 달 남았다. 얼마나 나올지 해마다 이맘 때면 늘 궁금하다.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도 우리집 감자밭을 보고선 감자농사가 잘 되었다고 다들 칭찬을 하기에 올해따라 기대가 크다. 이 맛에 농사를 짓는다.
다시 감자밭으로 돌아오다 씨감자를 심은지 40일이다. 돋아나는 감자 순을 비닐멀칭을 잘라 꺼낸 다음 복토를 해주는 작업을 수시로 해왔는데 오늘 완료했다. 봄 햇살이 따갑다. 덥다. 감자 농사는 우수 경칩에 심고 하지 무렵에 수확하는 100일 농사다. 이제야 절반, 반환점을 도는 셈. 엊그제 내린 비에 부쩍 자랐다. 이제부터 하루가 다를 것이다.
감자밭에는 단비였다 비닐하우스에서 모종 작업을 하다 내려다보니 감자밭 고랑에 빗물이 흘러간다. 언덕바지 아래로 간사지 뜰이 보인다. 수로가 보인다. 곧 모내기철이다. 물을 가두어 모내기에 대비해야 한다. 이번 비는 단비다. 이제 막 돋아나는 감자 순을 터주고 복토를 해주고 있다. 8할 정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비에 빗물이 흠뻑 스며들어가 감자에 생기가 돈다. 이제부터 하루가 다르게 부쩍부쩍 자랄 것이다.
감자순 터주기, 복토 멀칭 비닐 사이로 감자순이 보인다. 며칠 사이에 많이 자랐다. 씨감자를 심은지 꼭 한 달만이다. 이제 감자 순을 비닐을 커트 칼로 갈라서 터주어야 한다. 제때 터주지 않으면 한낮 햇살에 기온이 올라 비닐 안에서 익어버린다. 새순이 차례차례 올라오기 때문에 올라오는 족족 터주는 작업을 당분간 해야 한다. 오늘은 첫 날이기에 터주기만 하고 복토는 내일 하기로 했다. 감자밭 좁은 고랑에서 허리를 꾸부리고 쪼그려앉아 하는 작업이라 무리하게 덤벼들 일이 아니다.
올 첫농사, 씨감자 심기 완료 나흘동안 고전했다. 밭갈이 한 다음 공교롭게도 큰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비에 갓젖었을 땐 장화 발 아래 밭고랑이 질척거렸고 마르니 밭이랑의 흙이 딱딱하게 굳어 씨감자 꽂아넣는 손목에 힘이 들었다. 올해 첫 농삿일. 감자 농사... 석달 뒤 초여름 유월 어느날, 여기서 뽀얀 햇감자가 나올 것이다.
감자 심기, 첫날 엊그제 내린 비는 나에겐 참 못마땅한 비였다. 감자 심는데 차질을 주었다. 밭갈이를 하자마자 씨감자를 놓아야하는데 예상 외로 많이 내린 비로 밭고랑에 물이 고이고 온통 진흙밭 진창이 되었다. 이틀동안 햇볕에 밭이 마르기를 기다려 이제나 하며 오늘은 씨감자 바케쓰 통을 들고 발을 들이다보았더니 아직 덜말랐다. 장화가 빠진다. 삽에 찰흙이 엉겨붙는다. 지나가던 동네 할머니도 "이따 해유. 힘들어유..." 하며 말린다. 건너편 산비탈에서 나무 베기 작업을 하던 어촌계 김 계장도 찾아와 하루이틀 더 기다렸다 하라고 거든다. 도리없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퇴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