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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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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가을 가뭄이라며 비를 기다리기는 했어도 하늬바람을 동반한 가을 비는 어수선하다. 을씨년스럽다. 아침나절에 밭에는 캐다 만 토란이 있었다. 해질녘에 온다던 비가 갑자기 쏟아진다. 주섬주섬 비 설거지가 발걸음을 재게 한다. 비닐 하우스가 붐빈다. 한바탕 가을 비가 지나고 나면 곤두박질하는 수은주 따라 바짝 겨울이 다가선다.
자연의 힘 돌풍에 번개를 동반했다. 사흘동안 내린 비의 강수량은 140 미리였다. 채마밭에 채소에게는 보약이었다. 며칠 새 훌쩍 자랐다. 물 백 번 주는 것보다 흠뻑 비 한 번 내리는 게 낫다. 배추벌레도 나타났다. 비바람을 뚫고 나비가 어떻게 날아왔을까... 불가사의한 자연의 힘이다. 강풍에 대봉감과 대추가 속절없이 떨어졌다. 이 또한 자연 현상이다.
11월 끝자락, 비가 내린다 간밤부터 주룩주룩 종일토록 비가 내리더니 저녁 늦은 무렵에야 서쪽 하늘 구름 틈새로 햇살이 보였다. 11월의 마지막 날... 무심코 지나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 주려는 자연의 배려인가? 아니면 12월의 서막을 여는 환희의 표징인가?
가을비는 오락가락하는데... 구월이라 계추되니 한로 상강 절기로다 제비는 돌아가고 떼기러기 언제 왔노 벽공에 우는 소리 찬이슬 재촉는다... 들에는 조피 더미 집 근처는 콩팥 가리 벼타작 마친 후에 틈 나거든 두드리세... 농가월령가 9월령이다. - - - - - 오늘이 한로, 곧 상강.
가을비가 내리고, 구아바는 익어가고...
추석날 비가 내린다 밭에서 캐서 이틀동안 잘 말린 땅콩을 흙을 털고 일일이 땄다. 어차피 내일 또 해야할 일, 밭두렁에 그냥두고 일어섰는데... 잠결에 빗소리가 크다. 캄캄한 밤중에 밭에 내려갈 수도 없고... 밤새 비가 온다. 좀체로 그칠 비가 아니다. 추석날 내리는 비.
고구마 말랭이 만들기 좋은날 "무슨놈의 가을비가 이렇담?" 지금 내리는 비는 짖궂다. 혼을 뺀다. 뇌성 번개가 머리 위를 지나간다. 거실 창밖 앞뜰이 희뿌였다. 강풍에 가닥을 못잡은 대봉 감나무가 뿌러질듯 휘청거린다. 막바지 이 가을에 이런 비는 처음이다. 비소식을 앞두고 간당간당 야콘 추수를 마지막으로 가을걷이를 끝낸게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비가 지나가면 추위가 남을 거다. 겨울이다. 小雪 大雪. 冬至... 그리고 立春.
귀촌일기- 늦가을비는 하루종일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