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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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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통신 5> 뱁새 알이 사라졌다 뱁새 둥지가 텅 비었다. 간밤에 폭우가 쏟아지고 번개 천둥이 심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럴 수가. 하룻밤 사이에 파란 알 다섯 개는 어디로 갔을까. 지극 정성으로 알을 품고 있던 어미 뱁새도 종적을 감췄다. 황당하고 허전하다.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우메보시]나 만들어볼가 파랗던 매실이 노릿노릿 익었다. 철저히 딴다고 땄지만 매실나무 가지 사이에 숨겨져 있던 매실이 뒤늦게 이제사 드러난다. 횡재한 기분으로 땄더니 1키로 남짓 된다. 우메보시를 만들어 볼까? 깨끗이 씻어 며칠 그늘에 두었더니 빛깔이 한층 노래졌다. 우선 천일염 소금에 절여 두었다. 너무 짜지 않도록 비율을 맞췄다. 곧장 자소엽을 버무려 넣어야 하는데 뒤에 넣기로 했다. 해마다 장독대 옆에 빈터에 지천으로 자생하는 자소엽은 아직 어리고 퍼렇다. 착색이 되지 않았다. 여름이 무르익으면 자소엽도 이름 그대로 보랏빛으로 변할 것이다... 처음 만들어보는 우메보시...
산딸기, 고향생각 난다 경남 진주는 나무딸기의 고장이다. 재래종 산딸기를 개량해서 나무딸기를 개발했다. 딸기 모양새는 거의 똑같다. 야생 재래종 산딸기는 줄기가 덩굴져 땅을 기는데 비해 나무 딸기는 나무처럼 키가 크다. 나무에 촘촘히 열리는 나무 딸기는 재배하기가 쉽고 수확할 때 일일이 수작업을 해야 하기에 편하다. 가시에 긁히고 찔려가며 나무딸기 서리를 했던 개구쟁이 시절을 오늘 탱글탱글 잘 익은 야생 산딸기를 보면서 떠올린다.
강풍에 고목 소나무가 쓰러졌다 이른 아침에 대문간을 나가보니 간밤의 강풍에 고목 소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통행이 없는 야밤이어서 천만다행이었다. 3년 전에 조경을 했던 정원수 소나무 두 그루가 강 전정 탓인지 소나무 재선충 감염인지, 뭔 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시름시름 말라 죽어버렸다. 농기계 장비가 다니는 농로인데다 이웃집 불편을 염려했는데 버갯속 영감님댁 김 계장이 득달같이 달려와 화통하게 단숨에 치워주었다. 그동안 둥치의 껍질이 벗겨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채 을씨년스러웠다. 나 혼자 힘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베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이번 초대형 태풍급 강풍에 쓰러진 것. 남은 한 그루도 마저 베어냈다. 앓던 이 뽑아낸 만큼 시원하게 장마철에 불어닥친 강풍이 숙제를 해결해준 셈이다.
<뱁새통신 4> 모성애 뱁새 둥지는 끄떡없다. 장대비가 내려도 태풍급 강풍이 불어도 비가 들이치거나 무너질 염려가 전혀 없다. 이런 슬기와 지혜가 어디서 생겨날까? 경이롭다. 포란을 깨고 나오는 날이 이제나 저제나 거의 가까워온 듯 한데, 오늘일 가 내일일 가, 하루 하루가 궁금하다. 경계의 눈빛이 안스러워 멀리서 바라다볼 뿐.
장마, 도라지는 피고...농부는 심고...
장맛비, 제대로 내리는구나! 사나흘 전에 한차례 비가 내렸다. 이제부터 장마라고들 했다. 남쪽으로 내려갔다던 장마전선이 다시 올라왔는가. 강풍주의보가 따라왔다. 무슨 장마가 비보다 바람인가? 바람소리가 혼을 뺀다. 어쩌다 한줄기 비가 지나간다. 집중호우다. 기와 지붕의 골을 타고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처마 물받침이 넘쳐 차양 위로 바로 쏟아진다. 몇 년 만에 보는 광경이다. 그동안 가뭄 탓에 시원하긴 하다.
婦와夫, 장마통에도 할 일은 한다 마을 부녀회 재활용 분리수거 하는 날. 집사람은 아침밥을 먹는둥 마는둥 행장을 갖추어 서두르기에 마을회관까지 태워주었다. 새벽같이 7시 반에 소집하는 문자가 일찌감치 회원들 전화기에 며칠 전에 떴고 마을 방송에도 나왔다. 부녀회 기강은 무섭다. 내친김에 나는 서재 근처 짜투리 밭 잡초를 깎았다. 팽개쳐두었더니 엉망진창이다. 아무리 가물어도 잡초는 못 이긴다. 예초기가 칼날이 지나가고 갈쿠리로 긁어냈더니 부추밭이 말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곧장 새 부추가 자라날 것이다. 세 시간여 임시 부녀회까지 마치고 재활용 작업이 끝난 뒤 돌아오는 부녀회원들 손에는 늘 그래왔듯이 오늘도 선물꾸러미가 하나 씩 들려졌다. 김이 무럭무럭나는 백설기와 통닭 그리고 과자 봉지. 읍내 떡집 백설기는 부녀회 특별 주문이라 언제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