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2/05

(47)
아카시아, 찔레...사랑은 기차를 타고 쌍섬이 보이는 제방길을 돌아오는 앞뜰을 걸으며 오늘따라 50여 년 전, 학창시절 빌리본 악단이 연주한 '오렌지향기 날리는 특급열차' 라는 컨추리풍 경음악이 갑자기 생각났다. 오렌지향이 어떤지 모르지만 경쾌했다. 그 즈음에 케리부룩의 '사랑은 기차를 타고' 도 좋아했다. 오늘 쌍섬이 보이는 제방을 돌아오는 앞뜰을 걸었다. 여기 모랭이를 돌면 찔레, 저쪽 오르막 언덕길엔 온통 아카시아다. 번갈아 찔레꽃과 아카시아꽃 향기가 몰려온다. 올해따라 두 꽃이 동시에 피었다. 들녁은 모내기가 한창이다. 도내저수지 뚝길에도 아카시아가 만발했다. 시골의 서정... 정짓간에 부젓깽이도 나와 돕는다는 농번기. 입하 소만 절기에 다들 몸은 바빠도 농심은 즐겁다. 덩달아 경쾌한 노랫가락이 절로 떠오르는 계절... 달리고 싶다. ..
소만 사월이라 맹하되니 입하 소만 절기로다 비 온 끝에 볕이 나니 일기도 청화하다 떡갈잎 퍼질 때에 뻐꾹새 자조 울고 보리 이삭 패어나니 꾀꼬리 소리 난다 농사도 한창이요 누에도 방장이라 남녀노소 골몰하여 집에 있을 틈이 없어 적막한 대사립을 녹음에 닫았도다... ... 농가월령가 4월령이다. 오늘은 소만. 여름 맛이 난다. 앞뜰은 온통 모내기에 여념이 없다.
수박, 참외를 심는 사연 오늘 수박 모종과 참외 모종을 심었다. 딱 두 개씩이다. 심고 보니 백화점식 농사에 구색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어 한편으론 마음이 푸근하다. 실은 최근 몇 년 수박과 참외를 심지 않았다. 전문가는 모르지만 나로서는 재배하기가 까다로운 품목이다. 제멋대로 뻗어 나는 줄기가 종내 엉기기 시작하면 스트레스를 받기 십상이다. 익어갈 때 쯤 들 쥐, 고라니떼 습격도 문제다. 어제 읍내 모종시장을 지나다 모종 아지매를 만났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마침 눈에 띄는 게 수박 모종이라 이왕이면 구색 맞춰 참외 모종까지 샀던 것. 농부는 일을 만들어 가며 산다.
매실이 익어가는 계절 청매, 홍매가 날로 날로 다투어 익어간다. 좋은 계절. 하마나 지나가는 비라도 좀 내리면 좋으련만. 감감 무소식이다.
지줏대 세우다
앞뜰을 내려다보다 구름도 울고 넘는 울고 넘는 저 산 아래 그 옛날 내가 살던 고향이 있었건만 지금은 어느 누가 살고 있는지 산골짝엔 물이 마르고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 있네... 오후 늦은 시간, 읍내 출입에서 돌아와 차고에 차를 대고 앞뜰을 내려다보니 모내기 준비에 여념이 없는 농부. 고향 무정이라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목가적 풍경.
멀리도 가까이도... 신록에서 녹음으로 가는 길목. 저 멀리 백화산이 보인다. 발치 바로 아래는 알듯 모를 산야초 꽃들이... 곧 6월이다. 여름이다. 지난 겨울이 길었다.
자연의 힘, 새싹을 다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