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11

(41)
11월 끝자락, 비가 내린다 간밤부터 주룩주룩 종일토록 비가 내리더니 저녁 늦은 무렵에야 서쪽 하늘 구름 틈새로 햇살이 보였다. 11월의 마지막 날... 무심코 지나가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 주려는 자연의 배려인가? 아니면 12월의 서막을 여는 환희의 표징인가?
무청 시래기...월동 준비 끝! 농부의 일상에 끝이란 없다. 되풀이 되고 끊임없이 할 일이 생겨난다. 어제 김장무를 뽑아 월동 무 삼아 땅에 묻었다. 잘라낸 무청은 시래기가 된다. 처마 밑 빨랫줄에 널었다. 올핸 겨우내 먹을 만큼만 만들기로 했다. 봄이 되면 해마다 남아돌았다.
서릿발 마당이 온통 하얗다. 도랑사구에 받아 둔 물이 제법 두텁게 얼었다. 그래도 칼서리가 내린 날은 따뜻하다. 오늘 하루는 푸근한 날. 내일 비가 내린다니 비가 오면 추워진다.
월동무 저장 그동안 동밭 웃자리에 저장무를 묻어 왔는데 올해는 마당 서쪽편의 뒤안으로 옮겼다. 겨우내 꺼내먹기가 가깝게 되었다. 볏단 한 개와 비닐 한 장을 준비하고 구덩이를 팠다. 밭에서 뽑아온 무가 40여 개. 무청을 잘랐다. 구덩이에 볏짚을 깐 다음 무을 거꾸로 가지런히 배열했다. 짚을 덮고 비닐을 다시 덮어 물이 스며들거나 혹한에 얼지않도록 대비했다. 흙을 얹져 가볍게 밟아주었다. 잘라낸 무청은 처마밑 걸대에서 시래기가 될 것이다.
가을햇살, 12월 손짓하다
직박구리와 고라니 우리 채마밭에 고라니떼가 지나갔다. 상치를 싹뚝싹뚝 잘라먹었다. 그것도 위에 부드러운 부분만 골라서. 마당에 감나무 세 그루. 아침마다 조회를 하듯 직박구리가 떼지어 날아온다. 먹다가 떨어뜨린 홍시가 맛있다. 고라니도 먹고 직박구리도 먹고... 사람도 먹고. 이게 자연이다.
야콘캐기 셋째날 야콘을 캐는데 닷새는 걸릴 것 같다. 두 군데 나누어 심었는데 안쪽 네 줄을 사흘동안 캤고 바깥쪽 가장자리에 두 줄이 아직 남았다. 캔 야콘도 야콘이지만 미리미리 뇌두 관리도 해야 한다. 뇌두는 내년 야콘 모종의 종자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모처럼 햇살이 좋았다.
보름동안 혼자 살아보니... 서울 갔던 집사람이 돌아왔다. 보름만이다. 그동안 혼자 살았다. 제때 간식도 챙겨 먹어가며 삼시 세끼 해먹는 일이야 별거 아니었다. 김장했다며 시루떡 가져다 주는 이웃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