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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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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2 + 호박 1 올해 박 농사와 호박 농사는 소박했다. 박 둘, 맷돌호박 하나.
어디로 가나? 갈 길을 잃었나, 갈 곳을 모르나. 추수가 끝난 논두렁에서 한길로 나온 개구리. 해는 저물고 날은 추워지고... 하우스 안에 찾아든 박새 한 마리. 죈종일 나갈 줄 모른다.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
알타리무 그리고... 풍성함에 대하여
마당에도 가을이... 우수수 느티나무 잎이 바람에 진다. 앞 계단 옆에 모과도 제 무게에 자유낙하했다. 이름 모르는 꽃들... 가을 야생화다. 해마다 그 자리에서 혼자 피고 진다. 우리집 가을은 온통 노랗다.
서울 4박5일...길더라 여기서 서울은 130키로 쯤이다. 두 시간이면 너끈한 거리이지만 세월이 갈수록 이젠 서울은 멀다. 닷새 만에 내려왔다. 기다리는 녀석들이 있었다. 갓 심어두고 간 스페인 마늘도 그렇고 채마밭 채소들이 눈에 밟힌다. 돌아와 보니 마늘 싹이 한 뼘이나 올라왔다. 주인이 없어도 제 할 일을 하는 작물들. 맨먼저 물 주는 일부터.
도내리, 석양에 돌아오다 과천, 국립 현대 미술관. 백남준의 '다다익선'은 보존을 위해 복원 작업 공사중이었다. 최욱경 회고전 등, 몇몇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미술관 입구에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만난 건 뜻밖의 소득이었다. ---------------- ------------------
가을, 서울에서 만나다
감을 따면서 홍시로 익어가는 감나무 주변이 갈수록 요란하고 소란스럽다. 작년에 비닐 하우스에 걸어두었던 감따기 장대를 찾아 양파망으로 감망을 만들어 감따기 준비를 했다. 감 따는 묘미는 감나무 가지를 뚝뚝 뿌러뜨려가며 따는 거다. 똑같은 일이라도 맛이 다르다. 높게 달린 홍시는 직박구리나 까치떼 날짐승들에게 내 주기로 작정하고 낮은 가지에 열린 감부터 세월아 네월아 하고 쉬엄쉬엄 따기로 했다. 숫자를 헤아려보니 300 개, 석 접은 가뿐히 될성 싶다. 이틀동안 딴 감은 재활용으로 빈 보루박스에 넣어 보관했다. 두 박스에 70 개다. 곧 홍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