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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철새가 나는 앞뜰







 “나, 도내(島內) 이장, 이십팔 년 했시유.”

  버갯속 영감은 평석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우리 집 마당 오른편에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나무 밑에는 널따란 돌팍이 있는데 나는 평석이라 부른다.

  “조 앞, 간사지(干瀉地) 말이유. 조거 내가 막았슈.”

  영감은 턱으로 툭 트인 들판을 가리켰다. 바둑판처럼 경지 정리가 잘 된데다 불어오는 마파람에 일렁이는 초록 물결이 기름진 논이라는 걸 단번에 알려주었다.

  “조게가 본시 바다였슈. 바다가 논이 된 거유.”

  영감의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

  “오일육(五一六) 나고 말이여...”

  영감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장 된 기... 바로 고 이듬핼 거여... 서른두 살이었슈.”

  나는 영감의 얼굴을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요기... 글시, 사람 사는 기 아니여. 논이 있슈 밭이 있슈?” 

  한 마디를 던지고 영감은 한참 주머니를 더듬어 담배갑을 꺼냈다.

  “그런디 바닷가닝께... 암거나 해서 끄쩐끄쩐 먹고 살았시유.”

  영감은 물끄러미 간사지를 내려다보았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망울을 껌뻑였다.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영감은 당신의 손가락 사이에 담배개비가 끼어 있는 걸 알아차렸다.

  영감은 다시 부산하게 이쪽저쪽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프라스틱 가스라이터를 겨우 찾아 불을 붙였다. ......                                                                                      

                                                                                                            <버갯속영감 교유기>의 첫 장 첫 도입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