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니 석류 꽃봉오리가 처음 나왔다.
석류꽃은 한꺼번 피는 게 아니라 서서히 핀다.
너무 많이 열리는 바로 옆 무화과나 모과와 달리
댓 그루 있는 석류나무는 어느 하나도
지금까지 제값을 못했다.
가을이 되면 꺾일 정도로 휘어진 가지에
쩍벌어진 석류가 허연 잇빨을 드러내고서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다른 집들의 석류를 볼 때마다
조신하기 짝이 없는 우리집 석류나무와
비교되곤 했다.
빨간 석류꽃을 보며
발랄하게 벌어질 우리집 석류에 올해 다시
기대를 모아본다.
너무 많이 열려 솎아내야 하는 건
배나무도 있다.
9할을 솎는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같은 마당 안에서
많이 열려 일거리를 만들어 주는 놈이 있는 가 하면
너무 안열려 이제나 저제나 하며
애태우게 만드는 녀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