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歸村漫筆

귀촌일기- 팔봉산 눈사람과 오청취당(3-3)





충남 서산 음암 유계리에 영조대왕비 <정순왕후 생가>가 있다.

김한량과 김한구는 한다리 경주 김씨 집안이다.


오청취당(1704-1732)

---김한량의 아내

정순왕후(1745-1805)

---김한구의 딸


수십 년 후 왕비를 배출한 경주 김문의 일원이었으나 

오청취당이 혼인할 당시 김한량은 

벼슬살이와는 인연이 없는, 가문이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오청취당집>에 182수의 시가 전해지고 있다.


여자의 뛰어난 자질이나 총명을 

애써 숨기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고, 강요되던 시대에

빈한한 선비 집안에서 고달픈 삶의 단상을 스케치하듯 그려냈다.

조선 후기 한 여성지식인의 일상과 고뇌를 엿보게 한다.







회고록을 쓰듯, 마지막 장시 맨끝에 

갓 태어난 아들이 잠룡이 될 것이란 귀절이 애잔하다.


"총명한 아이 주어 길이 만년 의지하게 하시는도다/

그대는 보았는가, 잠룡이 적시에 비 만나는 것을/

분명코 먼 훗날 연못 속 물건 만은 아니리라"







팔봉산을 오르는 등산로 청취당 시비 앞에 

누가 눈사람을 만들었을 가.


누군가가 만들어 세운 어린 눈사람에게서 나는 

오청취당의 '잠룡'을 생각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