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꾸라지 첫 출조다.
가을이 다된 마당에
첫 출조라니.
하긴 지금이 철이다.
올해 미꾸라지 잡이가 시들해졌던 이유는 뱀 때문이었다.
봄에 날이 풀리자 마자 뱀을 연거푸 보고났더니 내내 논두렁 다니는 게 영 내키지않았다.
유별나게 뱀이 많이 출몰하는 해가 있다.
나락이 익어가면 미꾸라지도 누렇게 익어간다.
'미꾸라지는 이렇게 잡아라'
강춘님이 일찌기 손수 제목까지 붙여주신 데서도 엿볼 수 있 듯,
해마다 누적되어온 미꾸라지의 추억을 결코 버릴 수는 없어
살그머니 출조에 나선 것이다.
새로 사둔 통발 다섯 개.
읍내 방앗간집에 들러 받아둔 들깨 깻묵.
그리고
헌 여자 스타킹.
외나무다리가 있는 이 곳.
포인트다.
통발 다섯 개도 어디다 설치를 했는지 나중에 헷갈려
나만 아는 이런 푯대를 해두어야 한다.
미꾸라지와 올해 첫 인사는
내일.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