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단호박 농사는 짓지 않아도
오후 간식으로 단호박은 실컷 먹는다.
대도시라고 다 그렇고 농촌이라고 다 이런 건 아닐 것이다.
순후한 인심, 오가는 이웃 정은 아무래도 시골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걸
서울에서 오래 살다 온 나로선 분명히 구별이 된다.
철이 되면 맛이나 보라며 가져다 준다.
마늘 철에는 마늘이요, 생강 철에는 생강, 고구마 철엔 고구마다.
희한하게도 내가 재배하지 않는 작물은
이웃이 먼저 안다.
며칠 전에 문 씨네 집 단호박이 한 망 오더니
오늘은 김 계장네 단호박이다.
우리집 뒤로 '바닷가 집'에서 첫 수확이라며 무얼 가져왔다.
'아로니아'란다.
까마중 산머루 같기도 하고,
불루베리라고 하기엔 자잘하고...
나로선 처음 듣고 처음 보는 '물건'이다.
대충 포도 맛이겠거니 생각하고 한 송이 집어
냉큼 입에 털어 넣었더니...
대뜸 집사람이 하는 말.
"이건 그렇게 먹는거이 아니라니까요. 촌양반!"
촌에 살고 있으니 촌사람은 당연하지만
아로니아도 모르는 촌양반.
시큼털털.
입 안에 든 걸 뱉어내며
허허,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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