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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하신다구요?

귀촌일기- 새벽에 생각하는 귀촌의 일상 한마디

 

 

 

 

서쪽 봉창이 하도 밝아서 눈을 떴다. 커튼을 걷고 내다보니 마당이 온통 새하얗다. 보름을 갓 지난 달이 새벽하늘에 홀로 비추인다. 어제는 없던 바람이 오늘은 크게 분다. 나이 들어 새벽잠 없다는 말에 오늘은 달과 바람이 핑계다.

 

 

 

 

 

 

어제까지 잘 태웠다.  바람 있는 날엔 함부로 불을 지필 수 없다. 가을 겨울을 지나고 나면 거북쟁이들 태울 게 많다. 설 명절이 다가오고 손님도 오신다고 해서 어차피 해야하는 정소 정리를 겸하여 쉬엄쉬엄 며칠 째 하는 일이다.  개나리 울타리 잘라낸 가지, 간벌한 매실나무, 자빠진 돼지감자 줄기, 시눗대 등 삼동을 지나며 바싹 말랐기에 잘도 탄다. 시눗대 타면서 튀는 소리가 유별나다. 꺼질듯 꺼질 듯 하면서 결코 꺼지지 않는 들불놀이도 했다. 타고 나가는 불머리를 보고 있노라니 그 재미에 깜빡 점심때를 잊었다. 불장난 하지마라 자다 오줌 싼다 하시던 어른들의 말씀이 어디서 들리는 듯 했다.

 

 

 

 

 

 

 

시골의 일상이란, 귀촌의 하루는 오늘이라고 어제와 별반 달라질 게 없다. 봄,여름,가을,겨울 사시사철 철따라 반복하는 일이요, 어제 한 일 오늘 또 하는 단조로움의 연속이다. 단조로움에 익숙하면 잊고 사는 즐거움이 따른다. 계절은 있어도 달력은 없고 하루하루는 있어도 요일은 없다.

 

 

 

 

 

 

비 오면 새끼 꼬고 바람 불면 톱질 한다. 시간 가는 줄을 몰라도 세월 가는 줄은 아는 게 묘하다.